https://www.zazzle.com/life_is_choice_between_birth_and_death_t_shirt-235536635395307149

 

사람의 삶에는 무수히 많은 선택이 존재한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는 것도 나의 선택이고, 심지어 내가 주말에 일어나면서 등이 간지러워서 등을 긁을까 안 긁을까도 선택에 해당되는 것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나의 진로와 학문에 관한 선택들을 얘기하려 한다.

 

내 진로와 관련된 나의 선택, 분기점은 3번 정도 있었다.

 

 

 

https://www.freepik.com/free-vector/science-elements-with-test-tubes-and-molecules_713905.htm#term=science&page=1&position=1

 

첫째는 내가 과학을 공부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다.

 

일단 제일 취향에 맞는 것이 과학이었고,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 나에게 문과 진학은 어떠냐 물어보기도 했었지만, 내 생각엔 문과공부에 대학학위가 필요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언제든지 책과 대화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공계는 다르다. 연구에 필요한 시설과 지원은 한 개인이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대학 모두 이공계를 목표로 하고 계속 공부를 해왔다.

 

https://news.v.daum.net/v/20170619155013218

 

둘째, 자율고에 진학한 것이다.

 

난 중학교 때 KSA와 과고에 지원을 했었는데, KSA는 아쉽게 탈락하고 과고는 서류 통과를 못했다. 아마 내신 8%정도라 경쟁자 대비 그리 특출 나지는 않았던 것 같았다.

 

 뭐 어쨌든 그 이후 나에겐 두 가지 길이 있었는데, 추가모집을 하는 자율고에 지원하는 것과, 나를 끌어오려고 하는 일반고에 그대로 지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그 일반고들은 인프라가 썩 좋지 않았고(지금은 상당히 개선되었다 들었다), 그 자율고가 추가모집을 하는 이유가 학교가 별로라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이유였기 때문에, 난 더 좋은 환경을 위해 자율고에 입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건 내 실책이었다. 교사들은 대부분 고리타분했고, 내신 문제는 매우 지저분하게 암기식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학교에선 학생 자율 활동에 큰 지원을 하지 않았고(이것에는 사실 정치문제도 엮여있었다), 심지어 내신 최상위권의 진학만 신경 쓰는, 상당히 내실이 좋지 않은 학교였다.

 

이 때문에 난 학생부 종합은 거의 포기하고 논술과 수능 공부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 사실 더 어릴 때부터 수능 국어와 영어를 풀 수 있는 수준은 되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수학 과학만 집중하면 되었고, 오히려 공부하기 편해졌다.

 

다만 난 교육환경과 지원이 월등한 과학기술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대부분 학생부 종합으로 학생들을 선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10명 정도의 바늘구멍을 뚫고자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http://news20.busan.com/controller/newsController.jsp?newsId=20160310000058

 

셋째는 두 번째 분기점과 연결된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난 저 바늘구멍을 뚫고 들어가는데 아깝게 실패했고(5점정도 차이), 논술로 붙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 그러던 중 신체검사에서 4급 보충역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수 있게 되었고, 1학년을 마치자마자 운이 좋게 선복무로 곧바로 병역의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2년간의 사회복무요원 생활을 통해 목표한 것은 딱 세 가지였다. 일본어, 경제(자산관리), 그리고 수능. 일본어는 원래 하던 거라서, 자산관리와 경제기초는 내가 나중에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해질 것이기 때문에 했다. 수능을 쳤던 이유는 역시 과학기술원에 들어가는 것이 나에게 이득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학비가 매우 싸고, 기자재도 매우 좋고, 대학원 연계도 매우 잘돼있다. 연구자로써 성장하기에 이만한 환경은 한국에선 이들 외에 없다. 또한 학사 교육제도에 있어서도 굉장히 선구적이다. 전부 무학과 제도를 채택하고, 전공 변경도 매우 자유롭게 되어있다. 특히 DGIST4년 내내 무학과제도 라는 매우 실험적인 학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는데, UNISTPOSTECH같이 학생 100% 학종 선발을 선언해버린 것이었다. 입학하기 매우 힘든 KAIST를 제외하면 UNIST가 나에게 제일 매력적이었는데,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GISTDGIST 였는데, GIST는 내신을 반영했기에 불리한 조건이었다. DGIST100% 수능이었지만, 4년 무학과라는 매우 실험적인 학사제도가 나에겐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완전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 보다는 어느 정도 자신의 기반을 다져놓고 융합을 시도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파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내가 소속되어 있던 원래 식품생명공학과의 졸업규정이 바뀌어, 졸업논문을 시험이나 자격증으로 대체할 수 있게 되었다. 화학 복수전공을 생각하고 있던 나에겐 매우 큰 호재였다. 졸업 준비시의 부담이 확 줄어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과기원 입시를 위한 수능 공부를 계속 해왔고, 여러번의 수능을 전부 응시한 후 난 중대한 결심을 내리게 되었다.

 

 

 

원 대학에 남기로 결정한 것이다.

 

상황의 변화가 있었지만, 과기원의 각종 혜택은 매우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이에 불구하고 내 이상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바로 정부 리스크였다.

 

 

 

내가 무난하게 졸업을 해서 취업을 한다면 그 시기는 이 정부 임기가 끝난 직후이다. 하지만 보다시피, 이 정권은 외교를 제외한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물론 외교도 파탄나는중). 이런식이면 과학기술 산업계에도 영향이 크게 미친다. 한국이라면 특히 그렇다. 어려움이 생겼을 때마다 한국은 R&D 축소와 연구직 정리를 수시로 해왔던 나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대로라면 순수과학계에서 먹고 살기란 더 힘들 것이라는 게 예상이 된다. 그래서 현 대학에서 식품공학에 양다리를 걸치는 게 나의 생존에 유리하리라 판단했다.

 

거기다가 최근 과학기술계 상황이 심상치 않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oid=011&aid=0003466177

 

[‘과기상 수상자특별좌담] "연구인력 수급 붕괴...과기인 사기 땅에 떨어졌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는 과학기술계에 표적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4&oid=469&aid=0000349779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유보이사회 얼굴 붉히며 갑론을박]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469&aid=0000322544

 

[연구수당 불만이 당긴 감사에 디지스트 초토화 우려]

 

그 뿐만인가. 이 정부 들어서 민노총이 득세하더니 이젠 DGIST에서도 난리를 치고 있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3&aid=0003413916

 

민노총 민노총, 디지스트 정규직 자리싸움

 

물론 잘못이 있다면 수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합당하나, 최근의 언론보도나 정부의 행태를 보면 그 수준이 너무 과도하다 생각한다. 심지어 정부가 전 정부 때 임명한 인사들을 정리하기 위해 과학계에도 손을 뻗친다는 루머도 있을 정도이니.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나는 이 정부가 임기 내에 기초과학계의 발전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며, 이 정부의 혁신성장 구호가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었다.

 

현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나는 일단 그대로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 사실 내가 있는 대학도 명문에 속하는 대학이고, 심지어 최근 급속도로 발전해 기존 한국 대학 학벌 카르텔을 깰 가능성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다. 이미 상당히 많이 깨뜨렸다고 본다.

 

한국은 학부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내가 여기서 취업이나 대학원을 간다면 지금 대학 간판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수도 있으며, 내가 만약 한국을 떠난다면 QSTHE 같은 대학 순위에 이름이 좀 알려진 대학을 가는 것이 도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거기다 고등학교 때부터 진로에 대한 생각이 좀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 그동안 연구직만을 바라보고 공부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것이 무의미하다고 여겨졌다. 내가 연구직을 할 수 있느냐는 결국 그 것을 경험해봐야 아는 것이다. 이는 대학 3-4학년은 되어야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 난 굳이 그 목표 하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대학원이나 연구직을 갈 수도 있고, 빠른 취업으로 돈을 벌수도 있고, 심지어 아예 내 글쓰기 취미를 살려 과학 기자나 관련 글을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난 내 진로에 제한을 두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그 대신 다양한 경험을 쌓기로 결심했고, 이에는 당연히 종합대가 조금 유리한 편이다.

 

 

 

이러한 이유들로 난 세번째 분기점에서 현 종합대학에 남아 공부하는 것을 선택하게 되었다. 원서는 내겠지만,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난 안다. 어느 길로 가든 조금 다른 길일뿐, 어차피 과학이라는 필드에 발을 담구게 될 테니까.

다시 대학으로 간다. 휴학으로 잠시 벗어나 있던 전쟁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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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胤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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