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플에 썼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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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저는 이번 재키와이의 앨범을 '가식적인 세상에 맞선 한 존재의 분투기' 정도로 요약하고 싶습니다.

전작 [Neo Eve]에서 보였던 분노, 좌절감, 허무감들을 극복하기 위해 행동한 내용을 담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행동에는 자기 자신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그 프로파간다를 전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이런 해석에 대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싶어 글 한번 써보려 합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인아웃트로와 4부로 구성되어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Intro

1.SPIKA

사람들은 가식같은 것들에 가로막혀 서로의 진실한 말들이 전해지기 힘듭니다. 그래서 언성을 높이곤 하죠. 하지만 재키와이는 직접 선을 넘습니다. 정도를 넘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 전해지길 바랍니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스스로를 배불리는 이기적인 존재들이니, 가식 떨어봤자 계속 혼란스러운 상황만 벌어질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사랑이 담긴 솔직한 표현들에 이성을 잃는 등 거부감을 드러내고, 재키와이는 이게 아쉽습니다. 재키와이는 이런 사람들에게 소크라테스 처럼 논쟁을 하며 자신의 신념을 설파하고자 스피커를 키웁니다.




 

1부

2. Life Disorder

삶은 병과 동의어입니다. 그리고 삶의 병, 삶에는 자연히 병이 수반되는 것이죠. 출생부터 무덤까지, 그리고 끝없이 대물림되는, 영원한 독과 같은 병. 당연히 치료는 불가능합니다.

제 생각엔 이 병이 바로 전작 [Neo Eve]에서 보였던 세상에 대한 분노, 허무함, 좌절 등의 자아를 유약하게 만드는 생각과 감정을 뜻한다고 느껴졌습니다.

어쨌든 치료법이 딱히 없기 때문에 지금은 보라색 소다, 순간의 쾌락으로 이를 잠시 잊는 것 외에 수가 없습니다. 아니, 사실 방법은 있습니다. 죽는 겁니다.('날 더 높이 올려줘'=Getting High, 죽음)

지금 가지고 있는 병의 고통에 비하면 죽음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탈출구일지도요. 그래서 사신에게 자신을 치료해달라고 요구합니다. 결국 재키와이는 스스로 죽어 병을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요?

그녀는 수면위로 떠오릅니다. 여기서 수면위로 뜬 다는 것은 말 그대로 죽음을 뜻할 수 있고, 동시에 어둡고 약한 심연에서 해방된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자신의 유약한 자아를 죽이고 새로 태어나기를 시도하는 겁니다.




2부

3. dOgMa

결국 재키와이는 거울 안에 비친 자기 자신을 보며, 그것이 바로 진리, 진실임을 자각합니다. 자기만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녀는 가식같은 쓸데없는 것들을 치우고, 과거의 유약했던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본인의 욕망에 충실하기로 맘 먹습니다. 이것이 그녀의 진리, 길, 빛, 즉 도그마입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충족 시켜줄 수단은 바로 '돈' 입니다. 여기서 돈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자신답게 존재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가식 떨어가며 비현실적인 생각 해봤자 땅거지가 될 뿐이니, 돈, 물질을 얻는것이 중요합니다. 이 욕망을 충족시켜 그는 유일무이하게 신(=한계)마저 극복하려 합니다.


4. Digital Camo

자신의 신념을 지키면서 타인과 싸우는 재키와이. 그녀가 바라는 것은 자신의 신념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녀는 가식적인, 유약한 자아를 죽여 없애버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역시 비난이 거셉니다. 하지만 인두겁이라도 쓰면서 싸움을 계속합니다. 목에 힘을 주고 소리치며 계속 자신의 신념을 설파하는 동시에 자신의 과거를 잊으려 합니다. 현재의 그 당당한 자아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그녀는 싸움을 피하는 쪽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길 바라죠. 회피하는 것은 유약한 행동이고, 그것을 볼 때 마다 과거의 자신이 떠올라 자꾸만 혐오스러워지니까요.

여기서 상대가 자신을 찾지/알지 못하게 Camouflage를 씁니다. 유약한 자아를 숨기기 위한 장치인데, Digital Camouflage라는 것은, 일종의 사이버펑크적 배경을 부여하는 소재일 수 있고, 재키와이가 사용하는 Autotuning 기술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티스트가 자신의 목소리를 오토튠으로 왜곡하면서 재키와이라는 캐릭터로 위장막을 친 거죠.


5. Enchanted Propaganda

여전히 자신이 그 '병'에 걸렸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고, 결국 이는 자신을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물질은 여전하니 추구해야 할 것은 바로 돈이죠. 돈을 벌어 자신을 지키는 것. 그것을 전파하기 위한 싸움이 계속됩니다. 그 프로파간다는 살아있고, 매혹적인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주술, 마법에 걸린것이 항-상 긍정적인건 아니죠.)

전쟁은 시작됐습니다. 재키와이는 이 전쟁을 통해 성공할 것이고, 돈을 많이 벌며 자신의 자아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숭배-사람들이 자신의 이념에 공감하는 것-를 받고 싶습니다. 물론 이렇게 자신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방식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등, 지탄받기 쉽습니다. 그래도 War is ready, 계속 이 신념을 전파하며 싸울 겁니다.

'여전히 걍 이렇게 살지만 난 괜찮아' 라는 라인은 재키와이의 곡에서 많이 나오는 구절입니다. <Anarchy>에도, <Work Out>에도 나왔었죠. 이것이 바로 그녀가 전하고픈 프로파간다입니다. 자기 자신에 솔직해지자고요.




3부

6. Hate Generation

이 트랙은 본 앨범의 서사의 전환점입니다. 해석에 따라 남녀갈등, 또는 재키vsOthers 가 될 수 있습니다.

혐오는 계속 증식되어 아무리 해도 서로는 가까워 질 수 없습니다. 생물학적 특성부터 생각, 지위 등도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런 상대뿐만 아니라 자기자신도 미워집니다.

이 지점에서 계속 해왔던 '그 싸움'에 대한 동기가 약해집니다. 그은 선이 어질러지는 충돌을 피하고 싶어 다가오지 말라는 등, 회피를 시도합니다. 그러면서도 이기적인 마음은 멈출 수 없습니다. 더이상 타인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고,  배려는 실종됐지만, 자기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애원하고, 상대를 밟고 올라서고 싶어하죠. 예전의 유약한 자아는 계속 새어 나오고, 도저히 이 혐오를 멈출 수 없습니다.

이 방향이 잘못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전쟁이 어떻게 흘러가고 끝나게 될까요?


7. NeoClear

Neo=New 이므로, 당연히 발음상 핵폭탄이라는 의미와 함께 모든것의 재창조에 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Neo- 접두어는 재탄생과 관련된 의미입니다.)

끝없고 혼란스러운 전쟁속에서 결국 재키와이는 그의 이상에서 조금 떨어져 현실을 직시합니다. 그런 가식이 오히려 세상을 안정시키게 하는지도요? 그래도 그 이상에는 잘못 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악과 같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그 이상만이 자기가 쫓아야 될 것이죠. 이러한 갈등 속에서도 감정을 감정하며 이성을 지키고자 합니다. 여기서 화병-유리파편이라는 소재는 두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1. 꽃 화병(평화)와 유리파편(전쟁, 혼란)의 대비를 통한 갈등의 표현

  2. 화가 쌓인 병이 계속 자라(촉촉해짐) 결국 폭발하는 결말.

참고로 곡에서 발음은 [화뼝]입니다.


이런 내적 갈등과 외적 혼란속에서 재키와이는 정신을 차리고 선택합니다. 모든것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전쟁이죠. 하지만, 자신의 동상을 세워달라는 것과, 폭발 후에도 산채로 날라다니는 것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이상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결국 모든 입장과 생각은 상대적임을 깨닫고, 본인의 이상에 사랑이 정말 있었는지 반문합니다. <SPIKA>에서 천명했던 것('전 인류에게 사랑을 실어')과 대비되는 구절입니다. 결국 자신이 과하게 밀어 붙혔던 이상은 또 혼란을 불러왔기에 모든것을 파괴하고 다시 시작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신곡'이라는 소재가 등장하는데, 이건 단테의 신곡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신의 은총으로 지옥의 심연에서부터 연옥과 천국까지 쭉 경험하는, 영혼의 정화를 그린 서사시라네요. 여기까지는 이번 앨범의 서사와 꽤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4부

8. Anti-

그동한 해왔던 싸움의 모습과 내적 갈등이 하나로 모인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참호 속에서 우리는 계속 싸워 왔습니다. 그리고 그 싸움에서 이기기위해 선전은 중요합니다. 이것이 중간에 사라지면 지는 것이겠죠. 싸움의 동기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근데 이걸 언제까지 지속해야 되는지는 난감하네요.

싸울 대상이 누군지는 알고 필요한건 오직 폭력과 분노입니다.  진실(=주체적인 강한 자아를 가지는 것)은 그녀를 자유롭게 하고 또 그래야만 합니다. 그걸 파악하지 못하는 건 싸울 동기가 없는 것이니 적들은 침묵한채 죽을 운명(허무-패배주의)이겠죠.

그런데, 영원하게 지속되는(eternal) 가치가 있나요? 상대성이론을 깨달은 재키와이입니다. <NeoClear>에서 얻은 결론은 결국 절대적인 옳음은 없다는 겁니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는 것이죠. 결국 이 싸움을 통해서 얻은 결론(성숙, maturity)은 그냥 흘려 보내는 것(let it be)입니다.

그래도 그들이 가식에 눈이 멀은 것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더는 그들을 계몽시키고 싶진 않네요. 그럴 바에야 대마나 피면서 저들을 낄낄거리며 놀리면서 신에 가까워 지는 기분을 느끼고 싶습니다. 다시 쾌락주의로 회귀하는 재키와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신을 극복하려는 목적이 실종되고 다시 신 아래에 있다는 인식을 보여줌으로써 이상의 퇴보를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재키와이가 원하는 것은, Set Me Free.


9. Capitalism

단 하나의 길, 의미이며 포기할 수 없이 유착되어있는 나의 신, 빛이 바로 돈, 자본주의임을 천명합니다.

여기서 재키와이의 이상이 상당히 변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작의 Anarchy부터 이번 작까지 이어져왔던 주체적인 자기자신을 버리고 돈, 물질에게 지령을 받으며 종속되어 버린 모습입니다. 3번 트랙 <dOgMa>와는 딴판이죠. 결국 그녀는 자기 자신을 완성시켜주는 수단에 불과했던 돈에 먹혀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는 <Neoclear>의 영향입니다. 자기 자신의 유약한 자아와 강하고 주체적인 자아 어느것도 정답이 아니었으니 이 세상에 남은 것은 결국 물질, 돈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여기가 단테의 신곡의 서사와 비교했을 때 돈의 천국인가봅니다.

'지는 태양' 이라는 소재로 다시 시간이 <Life Disorder>처럼 달이 뜬 밤으로 바뀝니다. <NeoClear>까진 해가 있었지만, 이젠 심야처럼 져버리고 이전의 이상은 그만 멈췄습니다. 그리고 남은 것은 예술ㅡ 인간, 욕심, 사랑 등등 모든 것을 돈으로 치환시켜버리는 철저한 황금만능주의죠. 예술에는 정직이 이제 중요하지 않고, 가식도 OK가 되어버렸네요.

그런데, 재키와이는 자신 스스로 마법같은 회오리 안에 갇혀있음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Enchanted Propaganda는 결국 마법 회오리라는 혼돈, Chaos를 만들어내고 만 것입니다.

그러면서 원곡과 다르게 살짝 괴기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You Raise Me Up>의 구절이 등장하며 재키와이의 여정은 끝이 납니다. 아마 스스로 이 상황이 뭔가 모순되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지도요.




Outro

10. War is Ready

분명히 전쟁이 한번 끝났는데, 다시 전쟁이 준비되었다고 하네요. 무슨 전쟁을 다시 시작하려는 걸까요?

곡에선 'War is coming on', '(I don't know)What is going on?' 이 계속 반복됩니다. 새로운 전쟁과 그동안의 혼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느껴지는 구절이네요. 그 뒤에 뭔가 다른 말이 있는데 그 부분은 알아듣지 못했네요.





마치며...


저는 이 앨범이 '재키와이'(라는 캐릭터?)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을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작 [Neo Eve]에서 보여줬던 비참한 경험들을 <Anarchy>라는 주체적인 사고를 통해 극복하고자 했고, 그 이후의 여정이 드러난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좌절도 느끼고 결국 <Capitalism>이라는 황금만능주의에 빠졌지만, 그것이 잘못 된 것이라는 인식은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재키와이가 추구하려 하는것은 <Anarchy>와 <SPIKA>에서 보여주려 한 모습일테니까요.

얼마전에 '그 논란'도 <Capitalism>의 황금만능주의를 드러내는 표현이 아닐까 싶네요.물론 사람들이 그런 표현 싫어할 거란건 뻔하죠.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다음작이 기대되는 앨범이었습니다. 리드머에서 별점 짜게 준거 보고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뭐 그러려니 합니다.

Posted by 胤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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