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9. 24. 19:12 주저리/진지

추석이야기

1

 

   한가위 날이다. 추석만 되면 차례상 차리는데 드는 비용, 고부갈등, 남녀갈등 등의 이야기들이 기사들로 편집되어 쏟아져 나오곤 한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일단 감리교 집안이라, 제사를 지내지 않는다. 아침기도 후에 바로 밥을 먹고 나면, 지방으로 내려갔다 오는 패턴이랄까.

 

   그러고보니, 조부께선 어느 학교의 교장이셨고, 내 아버지도 공무원이시다. 공무원 집안의 운명인가 보다. 다만, 내가 태어나기 전에 조부께서 소천하시어 난 그 존재를 친척들이 해주는 말들로 간접적으로 느끼곤 한다. 조모께선 내가 조부와 닯았다고 해서 좋아하시지만, 역시 직접 알지 못하니 100% 와닿지 않는다. 조금 답답한 점이 있다.

 

2

 

   추석 전날엔 물론 음식을 만드느라 바쁘다. 내 가족은 큰집이 아니지만, 집안 사정상 작은집(중의적인 의미로)인 우리집에 모여서 추석과 설을 보낸다. 아무튼, 음식을 만들때는 아버지께선 항상 전을 부치신다. 호박전, 햄전, 오양맛살전, 동그랑땡정, 버섯, 연근, 물고기전 등등등. 아버지께선 항상 나에게 이런 일은 하면 안된다고 농담조로 말하신다. 물론 난 일을 항상 도와드리고 말이다. 적어도 추석날에 남자는 쉬고, 여자는 일한다는 그런 풍습은 여기서 재현된 적이 전혀 없다.

 

   우리가 전을 부칠 동안 어머니께선 우리 집에서 평소에 잘 먹지 않는 갈비를 만들고, 나물을 무치신다. 솔직히 갈비 때문에라도 이런 명절이 그리워지곤 한다. 평소엔 그렇게 잘 먹지 못하니까. 어머니의 요리 솜씨는 그렇게 좋지 않다 보니 다양한 음식의 맛을 많이 접하진 못한다. 여기서 나의 누님은 직접 밖에서 많이 사먹는 쪽으로 바뀌었고, 나는 식(食)에 대한 욕구를 줄이고, 맛있는 맛에 대한 기대치를 낮춤으로써 타협을 봤다. 그래도 가끔은 외식 자주하고, 집밥이 맛있는 다른 친구들의 집이 부러워지곤 한다. 아버지의 요리실력이 훨씬 뛰어나지만, 일 때문에 바쁘시니 요리하실 때가 그리 많지는 않다. 이 요리실력을 내가 물려 받았어야 하는데, 하필이면 난 어머니 쪽을 물려받아 요리가 꽝이고, 누님이 그 쪽을 물려받고 말았다. 뭐 음식에 대한 기호도 영향이 컸겠지만, 내가 볼 땐 유전적인 것도 정말 큰 것 같다.

 

3

   요즘 청년들이 공무원 좋다고 몰리지만, 공무원 집안의 자식으로써 나는 그리 풍족하다고 느낀 적이 없다. 정말 근근히 살아가는 그런 느낌이다. 맛있는 것 많이 못먹고, 옷도 별로 안사고, 집도 그렇게 좋은 집은 아니다. 아, 요즘 서울 부동산 오르는데 우리 집은 온전히 우리 것이니 그나마 난 것이려나? 하지만 실수요자니까 매매할 일 없어서 논외. 내가 지금 생활을 끝내고 대학으로 돌아간다면 우리 자제(姉弟) 모두 당분간 집을 떠나게 되니, 퇴직하시고 나면 아마 부모님께서는 서울집에 세를 주고 지방으로 이사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가족의 집을 구한 과정도 참 신기한것이, 부모께서 결혼하신 직후엔 생계가 많이 어려웠다고 한다. 당연히 9급 초입이 무슨 돈이 있겠는가. 그 시절엔 더더욱 그랬다. 그런데 IMF가 터지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던 그 시절에, 오히려 부모님껜 기회가 찾아왔다. 공무원이라 짤릴 일은 없었고, 집값도 하락세라, 그 때 바로 서울에 집을 온전히 구입하셨다.

 

   그 이후로 사정이 조금 어려워져 낙후되고 싼 서울의 재개발 지역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어느 싼 아파트에 정착을 하게 되었다. 적어도 IMF 이후론 세들어 산 적이 없다. 이는 아버지의 혜안이였다. 다만, 집을 구하는데만 해도 벅찼기 때문에, 주를 뺀 나머지 의,식에 관해서는 조금 신경을 덜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 점이 나와 누님의 사고에 큰 영향을 미쳤다.

 

4

 

   이러한 집안 사정은 나와 누님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다만 그 방향이 완전히 반대일 정도로, 나와 누님은 많은 것에서 달라졌다. 여기에 아버지에겐 공무원들 특유의 보수성이 그리 심한 편이 아니었기에, 우리 자제는 각자의 미래 설정에 있어서 굉장한 자유를 보장받았다. 누님은 미용계로, 나는 자연과학계로 방향을 잡았다. 이 둘의 공통점이라 한다면, 잘되면 대박 안되면 쪽박 같은 느낌이랄까. 미용업은 수요가 많긴 한데, 대우가 그만큼 좋은가 하면 아직 한국에선 그렇지 않다 하는 직종이다. 자연과학계는 그 자체로 현실과 좀 유리된 세상이기도 하고., IMF이후론 굉장히 불안정한 직종이다. 이런 쪽을 희망한다는 것 자체가 공무원 집안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안정이라는 가치에 대한 반발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님은 공무원 집안 안에서 일어나는 어떤 결핍에 반발해서 자기의 색깔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예술계를 선택한 것 같다. 가족의 풍습과 달리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다니고, 옷도 많이 사고, 여행도 많이 다니곤 하니까.

 

   반면 나는 그 결핍에 대해 적응하는 방식을 택했다. 옷도 적당히, 밥도 굳이 비싼돈 안 주고 적당히 맛만 있으면 돼, 집도 내가 살 만한 공간이면 충분해(내 방은 2평이 채 안된다!) 같은 느낌이다. 다만 자유로운 사고만은 예외였고, 이를 통제하는 것 하나만은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난 사고의 자유를 잘 쓰는 세계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자연과학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다만 추상적인 것에 대한 사고에 한계가 조금 있어 화학과 생물학 같은 쪽이 좀 더 강하다. 물리나 수학은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이 넘치지만, 화학과 생물학은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물론 내가 자연과학계를 선택한 것은 아버지의 도움이 컸다. 아버지 본인도 원래 그 쪽을 고민하셨던 분이고, 또한 나의 자유로운 사고를 존중하고 심하게 통제하려 하시지 않으셨다. 다만 이 때문에 우리 자제들이 기존 한국의 예절이라던가, 풍습과 상당히 멀어진 점이 있어 아쉬워 하시는 점도 있다. 그래도 자유로운 두 영혼을 기른 사람은 부모님이시니, 뭐 어쩔 수 없다 하신다. 우리가 더 노력하는 수 밖에.

 

5

 

   물론 이 자유로운 사고는 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 나는 대학을 떠나있기도 하기 때문에, 지금 내가 주로 공부하는 것은 경제와 일본어다. 또한 나의 사고와 가장 가깝다고 느끼는 자유주의 철학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련 인물과 서적들을 찾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

 

   근데 문제는 난 수능을 치고 있단 말이지. 지금 있는 대학도 명문이건만, 더 나은 '교육'에 대한 나의 결핍과 욕망은 날 다시 입시로 몰고 왔다. 근데 솔직히 난 이 입시판이 싫다. 그냥 내가 재밌는 걸 더 하고 싶다. 그래서 수능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물론 언어(국,영)쪽은 공부를 전혀 안해도 1등급, 못해도 2등급 극초반에서 놀던 실력이라 그 쪽은 공부를 안 해도 걱정이 없는데, 수학과 과학은 좀 갈고 닦고 기름치고 조이고 그래야 실력이 유지가 된단 말이지. 

 

   이제 한달 반 남았지만 이 남은 시간만이라도 이번 입시에 몰입해보려 한다. 뭐 다음해가 되면 개인적인 일이 끝나서 휴학또는 복학의 기로에 놓이게 되는데, 휴학을 선택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집안 사정도 잘 계산해서 나중에 결정할 일이다. 물론 휴학을 한다면 이 입시 때문만이 아니라 제대로 돈을 벌고, 어학 경제 공부도 더 깊이 하는게 제 1목표 겠지만, 적어도 지금 보다는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은 거의 시간 때우기 강제근로나 다름 없지만, 그때는 내 의지대로 선택이 가능하니까. 

 

6

 

   추석인 오늘, 리만가설의 증명을 했다는 한 분이 증명 과정을 발표를 했다. 물론 아직 이게 올바른 증명인지는 결론은 안 났지만. 근데 나라면 이런 발표는 수학자들만 참석한 비공개로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리만가설은 소수와 관련된 규칙으로, 이 규칙만 있다면 어떤 수가 소수인지 간단히(?) 판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근데 지금 이 소수가 암호체계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이게 지금같이 만천하에 공개되면, 교란이 일어날 것이 분명하다. 아인슈타인이 만든 E=mc^2 식도 핵무기 제조에 이용되었듯이, 이 공식도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니 일단 비공개로 발표하고, 산업계가 이에 대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점이 바로 학계와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과 고뇌 아닐까?

 

   아, 요즘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보안쪽은 그나마 나을수도. 빨리 블록체인이 발전했으면 좋겠다. 성공한다면 제5혁명으로 불릴 수도 있지 않을까...물론 이는 데이터라는 가상공간이 정말 무지막지하게 필요하다. SSD 용량 늘리는 데에도 막대한 인력과 시간 비용이 소모되니, 블록체인이 활성화 된다면 이는 부담이 될 것이 확실하다. 다만, 인류는 언제나 길을 찾을 것이다. 연구자들이 있는 한,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그건 그렇고 요즘 빗코인이 700만원 선에서 꾸준히 바닥 유지하는 것 같단 말이지... 흠 한번 다시 단타좀 쳐볼까....? 꾸준히 모니터링은 해야겠다.ㅋ 얘네 중에도 결국 살아남는 존재가 있을 것이다. 아마존, 구글이 그랬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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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胤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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