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골탑(牛骨塔). 농사의 핵심이던 소를 팔정도로 우리는 대학을 통한 신분 상승에 매달려 왔다. 그리고 지금도 그 기조는 여전하다. 한국은 현재 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70%에 달할 정도로 대학에 가는 사람이 매우 많은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대학에 진학하여 학문의 길을 걸을만한 능력을 가지진 않았고, 또 모두가 유명한 학문의 전당으로 갈 수 있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입시를 치른다. 각자의 능력을 시험하여 희망하는 상아탑을 오르기 위한 길을 달리는 것이다.


입시는 근 60년 간 모습을 여러 번 바꿔왔다. 본고사에서 학력고사로, 그리고 수학능력평가. 현재는 학생부전형과 논술, 수능, 3개의 전형이 어우러져 여러 학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그 어느 것도 학생, 학부모들의 비판을 받지 않은 것이 없다. 언제나 한국의 입시제도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이에 대한 이야기들은 항상 문전성시(門前成市)였다. 그래도 우리는 올바른 토론을 통해 입시제도의 개선을 이뤄 내왔고, 이를 통해 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을 새로 개척했다.

 

그리고 지금, 대한민국의 입시제도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로 현 정부와 새로 선출된 교육감들, 교육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 교육이 학생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학생부 전형을 중시하며, 특히 종합전형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주축으로, 일각에서는 현재의 학생부 전형의 선발 방식이 모호하므로, 더 객관적인 수능 중심으로 입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논술은 양쪽 모두로부터 사교육 유발이라는 딱지가 붙여진 채 점점 줄이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던 간에, 입시제도가 하나로 집중 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학생은 저마다의 특성과 취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전형의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은, 그 전형이 요구하는 특성에 부합하지 않는 또 다른 유형의 인재를 배척하는 것이다. 그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가? 대학은 학생들을 단순히 줄 세워서 뽑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의무교육기관이 아니기에,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학생들을 선발할 권리가 있다. 그러므로 국가나 국민들이 특정 전형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오히려 그것은 인재 풀의 구성을 획일화 시키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더 불공평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한국의 입시 제도는 사회 통념과 달리 큰 틀에서는 문제가 적다. 문제들은 오히려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곤 한다한국의 입시제도가 표류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변질된 중등교육과 대학입시의 방향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학교는 입시를 명목으로 학생들을 그들에게 종속시켰으나, 기존의 낡은 교육을 되풀이 하며 학생들이 진정 홀로 설 수 있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또 국가와 사회는 학교를 입시실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도록 또다시 족쇄를 채우곤 한다. 결국 연쇄된 족쇄의 굴레에 갇힌 것이 현 한국 중등교육의 실태인 것이다. 재료가 좋지 않으면, 도구를 아무리 바꿔도 결과는 좋지 않다.

 

학생부 전형은 학생들의 활동을 교내로 제한한다. 이것은 교외 활동이 사교육의 정도와 가정형편에 따라 질이 달라진다는 지적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학생이 학교에 과도하게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해 학생의 실력을 학교의 기준이라는 필터 없이 볼 수 없게 만들며, 또 학교 자체의 환경에 따라 교내활동의 질이 달라지는 현상이 생긴다. 이로 인해 좋은 고등학교를 가기위한 경쟁이 중학교부터 생겨버리는 것이다. 또한 내신시험은 전형적인 암기식 평가라는 비판을 받으며, 주입식 교육의 주범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능은 처음 실시되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하여 범교과적, 융합적 사고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지금 학교는 기존 중등 교육을 내팽개치면서, 제대로 된 수능대비를 해주지도 않는다. 일반 학교들엔 빠르면 고교 2학년부터 교과서 대신 수능교재를 주교재로 삼아 내신시험을 출제하는 관습이 있다. 하지만 수능교재는 교과서와 달라 필연적으로 본래 중등교육이 추구하는 학습과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수능 문제를 암기식 내신으로 접하면서 본래 수능이 추구하는 학습과 또 다시 멀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중등교육 또는 수능 그 어느 것도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채 방황하곤 한다.

 

논술은 본고사의 이미지 탓에 많은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논술을 대비하려면 무조건 학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타 전형에 비해 논술에 사교육이 당연시 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보고 무턱대고 논술이 사교육의 주범이라는 비판은 옳지 않다. 대학들은 그동안 논술 난이도를 하향조정했으며, 가이드북을 제공하는 등 사교육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진짜 문제는 학교가 전혀 논술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있다. 주입식 교육은 필연적으로 수동적이다. 반면, 논술은 능동적 능력을 요구한다.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교사나 책의 주장을 받아 적고, 읽고 듣는 것에 익숙한 학생들이 논술을 제대로 잘 준비 할 수 있겠는가?

 

2015년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과 학교에게 좀 더 많은 선택권을 주기 위해 개발된 교육과정이다. 이 제도가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선 학교와 학생을 모두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 학생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활동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입시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에 대해 숙고(熟考)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에게 양질의 전인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는 규제와 제한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의 입시제도에 관한 논의를 보면 우리는 여전히 소모적인 의제에 함몰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세 전형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절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교육 이데올로기와 각인된 이미지에 갇혀 한 입시 제도를 맹신하고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한국 입시문제는 입시제도가 아닌 중등교육의 혁신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교육의 본질에 대한 토론이 빠진 현재의 공론화는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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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胤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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